탬파의 야구 사랑
플로리다의 탬파 지역은, 1960년대부터 메이저리그 구단을 유치시키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메이저리그의 구단 확장이 될 때마다 유치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이는 길고 험난한 시간이었습니다. 198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일리노이에서의 신구장 건설이 불발되면 연고지를 탬파베이로 옮기는 것을 추진했었습니다. 일리노이 주 의회는 표결 마감 시간을 넘기도록 합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탬파 지역의 방송국들은 구단 유치를 미리 축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리노이 주지사가 일부러 의사당의 시계를 고장 낸 뒤, 신구장 건설을 가결시켰고 "의사당 시계가 마감 시간을 넘기지 않았기에 적법하다."라고 말을 했었습니다. 결국 탬파 지역의 구단 유치는 실패하게 됩니다. 1992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인수하여 탬파로 연고지를 옮기려는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구단 매각과 연고 이전이 합의됐지만, 샌프란시스코 팬들과 기존 구단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이번에도 실패하게 됩니다. 1993년, 메이저리그의 리그 확장이 결정됐을 때에는 플로리다의 탬파 지역이 아닌, 마이애미에 플로리다 말린스의 창단이 결정되면서 또다시 실패하게 됩니다. 결국 1995년 리그가 추가로 확장되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함께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라는 이름으로 1998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참여하게 됩니다. 팀 이름의 '데블레이스(Devil Rays)'는 플로리다 인근에서 잡히는 쥐가오리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리고 2007년 11월에 '탬파베이 레이스(Rays)'로 팀 이름을 바꾸며 상징물도 쥐가오리에서 햇빛으로 바뀌게 됩니다.
창단 후의 끝없는 추락
1998년부터 아메리칸 리그에 참여하게 된 탬파베이는 10년 동안 5팀 중 4위가 최고 성적, 평균 승률이 40%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긴 부진을 겪었습니다. 같은 지구 리그에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있었지만, 같이 창단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01년 월드 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것과는 너무도 크게 대비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추락의 원인은 내부에 있었다
여기에는 구단주와 단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구단주 나이몰리는 그가 물러나는 2005년까지 직원들의 이메일 사용을 금지하고, 자신이 모든 서류들을 직접 다 읽어보고 나서야 결재를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팀의 경기가 흥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음식물 반입금지 규정을 내세워 3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온 노부부를 경기장에서 내쫓는 일이 있었습니다. 경기 중 음식을 반입한 관객이 입장한 입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해고하는 일도 있었으며, 경기 전 미국 국가 연주를 위해 초대한 지역 고등학교 밴드부원들에게 입장권 구매를 강요하는 등의 일들을 벌이며 지역 내에서의 평판을 갉아먹었습니다. 단장 척 라마 역시 팀 추락을 막지 못했습니다. 드래프트에서의 이해할 수 없는 상위 지명과 트레이드로 팀은 미래를 지탱해줄 유망주 자원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성기가 끝난 선수들에게는 많은 돈을 써버려서 팀은 재정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탬파 지역은 예전부터 NFL과 NBA가 강세인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중심부와 떨어진 데다 교통편도 좋지 않은 구장의 위치 역시 팀의 인기를 끌어올리지 못하는데 한몫하고 있었습니다.
탬파베이 레이스로서의 새출발
2008년에는 구단명을 데블 레이스(Devil Rays)에서 레이스(Rays)로 바꾸었습니다. 가오리라는 뜻은 계속 가지고 있지만, 빛의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뀐 팀 로고 등에 빛, 섬광 등의 이미지를 차용했습니다. 구단 명을 바꿀 때의 슬로건이 "악마(Devil)를 쫓아내라!"
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팀명으로 시작한 탬파베이 레이스는 월가 출신 신임 단장 앤드류 프리드먼과 조 매든 감독의 지휘 아래 튼튼한 팀 조직력을 다진 것도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들은 또한 새롭게 인기가 높아지던 세이버 메트릭스를 적극적으로 팀에 활용하며 수비 쉬프트, 포수의 프레이밍, 주루 등과 같이 저평가된 가치들로 새로운 머니볼을 구축해나갔습니다.
스몰마켓의 기적
2008년은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제치고 시즌 97승을 거두며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차곡차곡 모아왔던 유망주들과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 조 매든 감독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튼튼한 팀 조직력 등이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특히 2007년에 평균자책점이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였던 투수진이 2008년에 아메리칸 리그 평균자책점 2위에 오르는 활약을 펼쳐주었습니다. 결국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동부지구 우승 경쟁을 했던 작년 월드 시리즈 우승 팀 보스턴 레드삭스를 물리치며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게 됩니다. 비록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패배했지만, 팀 창단 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9위의 페이롤로 이루어낸 성과였습니다. 그렇게 탬파베이 레이스는 팀 이름을 바꾼 뒤 6년 동안 90승 이상을 5번, 80승 이상 1번으로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있었습니다. 특히 2020년에는 60경기 중 40승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과 2020년에는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부터 탬파베이보다 더 많은 90승 이상의 시즌을 보낸팀은 LA 다저스 단 한 팀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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